본사 양원곤 대표 KBS1 라디오 방송출연
인터뷰 내용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출판번역에 인생을 건다 엔터스코리아 양원곤 사장(37) KBS1 라디오 [2000.04.25]
 

다음은 본사 양원곤 대표이사가 4월 25일 KBS 제1라디오 <라디오로 여는 세상>에 출연하여 나눈 대화내용입니다. 소설가 박범신님과 성우 김옥경 씨의 진행으로 매일 오후 2시 20분에서 4시까지 생방송되는 <라디오로 여는 세상>에서는 화제의 인물을 찾아 인터뷰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범신 : 저처럼 영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중에는 컴퓨터가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는 얘기를 듣고 자동번역기가 나와서 우리 글이나 영어로 된 책을 금방금방 번역해줬으면 하는 꿈을 꾸기도 했는데요. 그 꿈이 현실이 된 요즘, 실제로 어떤 문서를 바로 그 자리에서 번역해주는 자동번역기가 등장했지만 이 자동번역기는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울 뿐이더라구요.

김옥경 : 그러게요. 인터넷의 영문자료를 자동번역기로 번역했더니 사람 이름조차 해석이 돼서 전혀 다른 내용이 돼 버려서 우스워진 경우가 있었어요.

박범신 : 번역 하면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일부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요. 해마다 연말이면 스웨덴 한림원의 발표와 함께 급조돼서 출판되는 노벨상 수상작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출판시장의 질은 물론 나아가 국민들의 언어생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젭니다.

김옥경 : 그래서 해마다 노벨상 발표 시즌이면 우리 번역수준과 지원문제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지만요. 별로 달라지는 것 없는 것 같더라구요.

박범신 :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열악한 현실에서도 나름대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우리 번역계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는 출판번역에 인생을 건 엔터스코리아 양원곤 사장과 함께 합니다.

김옥경 : 어서 오세요.

박범신 : 양원곤 사장은 90년대 초반 수강학생 수가 6만 명에 이를 정도로 소위 잘 나가는 일본어 강사였다는데 어떻게 번역에 뛰어들게 됐습니까?

양원곤 : 직업상 평소 일본에 갈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서점에 들르곤 했는데, 어느날 우연히 번역에 관한 책을 발견하고 무척 놀랐습니다. 일본에서는 번역관련 서적도 많고 교육도 우리와는 달리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죠. 그때 저는 외국어교육 종사자로서 번역의 중요성과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박범신 :그렇지만 사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학원강사들의 경우 고소득에 자유스러운 시간 등 포기하기 힘든 장점이 많은데 막상 그 일을 접고 번역 일에 뛰어들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양원곤 : 번역이 낙후하고 번역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만큼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주목을 했습니다. 그래서 1995년에 아주 적은 자본금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저렴하지만 품질 좋은 번역을 납품하는 데 승부를 건 결과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김옥경 : 그런 노력 때문인지 IMF의 위기 속에서도 불과 2년만에 대표적인 출판번역물 전문회사로 성장, 국내 최고의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회사도 주식회사로 전환되는 등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는데... 열악한 번역현실에서 그것도 출판번역을 전문으로 그 위기를 극복해오기가 쉽지 않았을 듯 싶은데요.

양원곤 : 그렇습니다.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리다 97년 IMF 위기를 맞으면서 한번 크게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극도로 위축된 출판사를 상대로 양서 출판만이 살 길임을 설득해서 좋은 책을 소개하는 데 애를 썼습니다. 출판사들도 이런 저의 생각에 동의를 해주었고 그 결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김옥경 : 번역에는 기업체번역과 출판번역이 있는 걸로 아는데, 출판번역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번역과 다른가요?

양원곤 : 네 아주 많이 다릅니다. 출판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체 번역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밀함이 요구됩니다.

박범신 : 그렇다면 국내 번역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양원곤 :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가 부족한 점입니다. 일본의 경우 번역가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남다르고 국가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줍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말로만 번역의 중요성을 외칠 뿐 실제 지원이나 대우는 열악한 형편입니다. 그래서 우리 엔터스코리아에서는 트랜스쿨이라는 인터넷상의 번역교육 사이트를 개설했고 다음달에는 대규모 상금을 걸고 번역작가인터넷선발대회를 개최합니다. 이를 통해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번역에 종사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옥경 : 심사를 마치고 인터넷 주식공모를 할 예정이라는데 이미 많은 성공을 하신 것 아닌가요? 그런데도 지금도 하루 16시간씩 일하신다면서요?

양원곤 : 저는 아직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에 대한 사명 의식 없이는 사업도 성공할 수 없고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은 우리 언어를 기반으로 한 문화전령사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전 세계 외국인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홈페이지 구축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김옥경 : 아주 뜻깊은 계획을 갖고 계시는데요. 앞으로 원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라구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범신 : 군 장성들 사이에서도 뱃살빼기가 한창이고 사회경제적으로도 군살빼기가 한창이지만요. 고통없는 결실이란 없는 것이죠. 희망이 아름다운 것은 절망 뒤에 있기 때문인데요. 온 사회가 성공신화에 매달리는 듯 하지만 성공신화의 뒤에는 이렇게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뚜렷한 소신으로 어려움과 정면으로 맞서 온 승부근성이 있다는 걸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